Pachinko Review

파친코를 읽고 나서 쓰는 글. 파친코는 일제강점기때 부터 1980년대까지의 일본 내 조선인의 삶을 보여준다. 1부,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선자의 이야기, 2부는 선자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1부는 선자의 삶을 통해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이민간 조선인들의 삶을, 2부는 선자 가족을 통해 전쟁 후 일본에 남은 조선인들의 삶이 어떠한가를 보여준다. 이 리뷰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어 책을 읽을 계획이라면 읽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리뷰 순서는 각 인물에 대해서 정리하고 책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평가해보고자 한다.

제목이 파친코인 이유

이 책에서 파친코가 주요하게 등장하는 것은 내 기억으로 2부에서도 선자의 아들 모자수가 파친코에 취업하고 나서부터 인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제목이 왜 파친코인지 궁금했는데,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한 이유를 공유하고자 한다. 제목이 파친코인 첫번째 이유는 선자의 두 아들들이 모두 파친코에 종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제 강점기, 전쟁 후 일본에서 조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고, 그나마 할 수 있고 돈을 잘 벌 수 있는 일은 파친코와 관련된 일들이었다. 파친코는 일본에서 인기 있는 오락인데, 도박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파친코에 종사한다는 것은 별로 좋은 인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조선인들이 좋지 않은 시선을 견뎌내며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파친코라는 제목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이유는 책 중간에 나오는 내용인데, 파친코라는 기계는 전체적인 흐름이 정해져 있지만 그 안의 결과는 무엇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인생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역사의 흐름은 정해져 있지만, 그 속에서 누구를 만나느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는 것을 보고 파친코라는 제목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등장 인물

김선자

선자는 이 책의 주인공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을 이끌어 간다. 부모님과 함께 하숙집을 운영하던 선자는 고한수와 연인 관계가 된다. 고한수와의 관계에서 노아를 임신했지만, 고한수가 일본에서 이미 혼인했고 딸을 셋이나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고한수의 첩이 되는 것을 거절한다. 하숙집에서 하숙하던 백이삭이 이를 알고 선자에게 혼인을 청하여 백이삭과 결혼한다. 이후 백이삭과 오사카로 넘어가 일본 내에서 조선인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고한수

일본인과 결혼하고 장인의 야쿠자 조직에서 활동한다. 70대가 넘어 일본인 부인이 죽자 선자에게 결혼하자고 청하는 것으로 보아 그 어떤 여성보다도 선자를 사랑했던 것으로 보인다. 선자가 오사카로 넘어오기 전부터 선자와 주변인물을 조사하여 선자의 상황을 모두 알고 도움을 준다.

백이삭

선자가 고한수와의 관계에서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선자와 혼인한 인물.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으며 하숙집에 머물때도 몸이 아파 선자의 부모님과 선자에게 도움을 받는다. 이후 자신의 형이 살고 있는 오사카로 넘어가 교회 선교사로 일했으며 신사참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일본 경찰에게 끌려가 죽기 직전까지 고문을 받다 풀려난다. 풀려난 후 얼마 안가 사망한다.

백요셉

백이삭의 형으로 가부장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남자가 일을 해서 가족을 먹여 살려야하고 여자는 일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여 경희와 선자가 일하는 것을 반대한다. 오사카에서 일하다가 봉급을 3배로 준다는 나가사키로 이직했다가 원자폭탄 폭격에 전신 화상을 입고 술에 의지하게 된다.

백노아

선자의 아들. 어렸을 때 돌아가신 아버지(백이삭)를 닮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 와세다 대학 영문학과에 진학했으나 연인이었던 아키코가 고한수를 보고 아버지임이 틀림없다고 말해 충격을 받는다. 그 충격으로 잠적하여 나가노의 파친코에 취직하여 삶을 살아간다. 고한수의 오랜 추적 끝에 노아와 선자가 다시 재회한다. 짧은 만남 이후 노아는 집에 다시 돌아갈 것이며 밤에 전화하겠다고 했지만 선자가 떠난 후 바로 자살한다.

백모자수

선자의 아들. 어렸을 때부터 학교 가기를 싫어했으며 본인을 무시하던 다른 일본 학생들과 항상 갈등을 겪는다. 이후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파친코에서 일하게 되며 옷가게에서 일하는 조선인 유미와 결혼하게 된다. 항상 미국에 가고싶어 영어를 공부하던 유미는 아들과 길을 걷다 음주운전하는 차에 아들을 구하고 본인은 사망한다. 파친코에서 일하는 본인은 일본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는지 솔로몬에게 미국 대학을 간 다음 외국계 금융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추천한다.

백솔로몬

선자의 손자이자 모자수의 아들. 어렸을 때부터 외국인 학교에 다니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다. 이후 일본으로 돌아와 잘 지내는 것으로 보였지만 결국 상사의 배신에 부당해고 당하고 이후 아버지 모자수에게 파친코 사업을 물려받겠다고 말하며 소설이 마무리된다.

책을 읽고 나서

일본으로 넘어간 조선인들의 삶을 가감없이 보여준 소설이다. 일본 내에서 이방인으로 취급받는 조선인들은 소설 끝까지 배척당하며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인 파친코로 밀려난다. 등장 인물들의 삶이 어느 정도 안정되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면 다른 일이 발생해 다시 우울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오사카로 넘어간 후 백이삭이 잡혀간다던지, 유미가 급작스레 교통사고로 죽는다던지 하는 일들이다. 또한 위에는 다 적지 못한 많은 등장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표현해서 사실적으로 느껴졌다. 모자수에게 파친코 사업을 알려준 고로 상은 여색을 밝힌다. 모자수의 친구 하루키는 본인의 가족인 어머니와 지적 장애인 남동생에게 지극적성이며 또 조선인인 모자수와 친구가 되어 잘해주었지만 사실은 동성애자로 결혼한 아내에게는 관심이 없다. 또 모자수가 유미 사후 사귄 여자친구인 에쓰코는 모자수와 사귀기 전 남자를 밝혔고 자신의 자녀에게 무관심했다는 과거가 있다. 이처럼 어떤 인물을 선한 인물로만, 악한 인물로만 표현하지 않아서 조금 더 사실적이고 그래서 더 슬픈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교과서에서만 아니면 뉴스에서만 대략적으로 접했던 재일교포의 삶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책을 읽다 든 의문

노아는 왜 자살했을까?

노아는 자신의 친아버지가 고한수임을 깨닫고 지금까지 고한수가 본인 가족들을 도와준 이유를 알게된다. 이후 와세다 대학을 그만두고 중학교 시절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선생님의 고향인 나가노로 떠나게 되는데, 거기서는 철저히 일본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자신의 핏줄이 야쿠자의 핏줄이라는 것을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내 고한수가 본인의 위치를 알아내자 자살하게 되는데 그때는 이미 노아 본인도 이와무라 리사라는 일본인 여성과 결혼하였고 자녀도 1남 3녀를 두어 가족을 꾸린 상태이다. 가족들에게 사실 본인이 조선인이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일본에서 사실 일본인이 아니라 조선인이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은 대체 무슨 의미인 것인가. 노아에게 가족은 그저 자신이 일본인임을 증명하는 근거에 불가했던 것일까. 그래서 본인이 다시 조선인임을 밝혀야 하는 그 순간 자살을 택한 것일까. 내 생각으론 이해하기 어렵다.

선자의 삶에 대해서

선자의 아버지는 언청이라 불리는 구순구개열 환자에 절름발이였으므로 혼인할 나이가 되어도 동네 청년들이 혼인 상대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고한수와의 관계로 임신까지해서 결혼이 더 힘든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이삭과 결혼할 수 있었다. 오사카로 넘어가 남편 이삭을 잃게 되었지만 오사카로 넘어갔기 때문에 고한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엇다. 오사카에서 일자리를 얻어 살아갈 수 있었고 폭격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다. 그 이후 고한수가 노아의 위치를 찾아 다시 볼 수 있었지만, 그 때문에 노아는 자살하게 된다. 선자는 고한수에게 자신의 삶을 파괴했다고 말했지만 선자의 삶은 파괴된 것일까, 어찌 저찌 이어진 것일까. 선자의 삶은 불행하다고 봐야하는 걸까. 일제 강점기와 그 이후 일본 내에 조선인의 삶 중에서는 그나마 낫다고 봐야하는 걸까.